[단독] 디폴트옵션 전환율 32%…기업 19만곳 '날벼락' 맞나

입력 2023-06-20 15:33   수정 2023-06-20 16:57


퇴직연금 적립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시행 유예기간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약 70%의 기업들이 사내 퇴직연금 규약에 관련 조항을 추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까지 규약을 수정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은행 퇴직연금 상품 가입자 중 미전환 기업 19만개
20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권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 27만2888개 가운데 규약에 디폴트옵션 제도를 반영한 곳은 8만7903개(5월말 기준)로 전체의 32.21% 불과하다. 은행권은 DC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81%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퇴직연금 규약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제시하고, 이를 확인한 사업자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은행별로 전환율은 크게 엇갈렸다. DC형 퇴직연금 최대 사업자인 하나은행은 6만7149개 기업 가운데 38.6%인 2만5890개가 전환을 마쳤다. 시장 2위인 기업은행은 5만1286개 기업 가운데 4.1%인 1907곳이 전환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 최하위였다. 은행권 사업자 가운데 전환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농협은행(3만2863개 사업체 중 70.9%)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내 미전환 사업체는 18만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내기간 6개월로 턱없이 부족...중소기업 피해 우려"
디폴트옵션은 33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근로자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도입됐다. DC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퇴직연금에 일정 금액을 매년 입금하고, 근로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결정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디폴트옵션은 DC형 가입자의 90%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운용지시가 없는 고객의 적립금을 금융기관이 사전에 약속된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한다.

디폴트옵션은 2021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정부는 작년 7월에 관련 시행령을 마련했고, 다음달 12일까지 유예기간을 지정한 상태다. 이때까지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정부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에 법 시행을 안내할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규약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사업자로부터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복수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데, 상품 승인 발표가 작년 말에나 이뤄졌다”며 “이에 따라 규약 변경 절차를 진행할 시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규모가 작고, 퇴직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참여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일단 과태료 안 물린다"지만...

금융업계는 정치권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디폴트옵션 유예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지난 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예기간을 1년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유예기간 종료 이전에 법안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퇴직연금 사업의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유예기간까지 대다수 기업의 규약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당장은 과태료 부과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후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시정명령을 여러 차례 반복할 계획”이라며 “전국의 지청에서 금융기관과 연계해 지역 내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규약 반영 절차와 필요성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디폴트옵션 제도는 고용노동부 소관 사업이지만, 금융기관들이 실무를 하는 만큼 금융당국도 함께 감독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안일한 일 처리로 수십만이 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불법의 영역으로 넘어갈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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